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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2일
5 도(道)를 닦으며, 도(刀)를 팔다 #5.1 미정에게 최고급 커피를 #RoMan은 미정에게 따뜻하고도 맛있는 커피를 압구정동의 채플린이나 현대백화점 같은 곳에서 사주고 싶었다. 적어도, 그녀 안에 무너져있는 무엇인가를 다시 따뜻하게 불지르고 싶었다. 용기 없이 도망쳤지만, 그럼에도, RoMan은 그녀 마음 한 구석의 자기자신을 끌어당기는 것, 그리고, 그녀 자신을 끌어당기는 자신의 마음 한구석의 미련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게 뜨거운 느낌이 신체에 오랬동안 머물렀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이를 두고 사탄이 들었다내지는 악령이 씌였다라고 했겠지요." 그녀의 눈동자가 대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을 보는 순간, RoMan은 왠지 모를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도장에서는 신이 내렸다거나 기가 올랐다, 기가 돌았다라고 표현하지요." 뭔가, 그녀보다 한걸음 앞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정작, 나는 그녀에게 보란듯이 값비싼 커피 한잔 사주질 못하고 있다. 그녀는 가정형편은 그다지 잘 사는 편이 되질 못해서, 홀어머니는 아침에 장사를 나가는 판이었고, 그녀는 도장에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었다. 그녀는 의통하고 싶은 것일까? 정말로 이 세상을 구원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밖에는 없는 것일까? 그 순간, 그녀가 들고 있던 커피잔이 기울면서, 그녀의 팔뚝으로 뜨거운 커피가 흘러내렸다. 부드러운 앙골라 스웨터 소매에 금새 얼룩이 배여들었다. 소매를 걷는 순간, 그녀의 팔뚝에 기다란 상처자국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건?" RoMan은 그때 그녀의 눈빛이 희미한 혼돈과 원망의 눈빛으로 변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약간의 착란같은 것마저 느껴졌던 것 같다. 다만, 그것을 그 때의 RoMan은 단순한 과장된 제스추어를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간단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극의 도화선이 이제 바야흐로 불꽃을 내면서 튀기는 하나의 전조였던 것이다."학교에 다닐때 계단을 잘못 걸어다니다가, 그만, 넘어져서 굴렀어요." "굉장히 아팠을 것 같은데요? 그냥 구른 정도로 다친 자국같지는 않은데요." "시멘트 바닥과 난간에 걸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데굴데굴 굴렀어요. 정신없이 구르다보니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누워있었구요." RoMan은 그것도 모른채로 그저, 손잡이가 좀 더 잡히기 쉬운 커피잔이 있는, 그리고, 커피가 쏟아져도, 금새 사방에서 종업원들이 세제를 묻힌 거즈를 들고 달려오는 좀 더 호화롭고 서비스 좋은 커피숍에서 그녀와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다가올 비극도 눈치채지 못한채, RoMan은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에 좀 더 몰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늦게 그녀의 집 앞까지 바래다주면서, 그녀가 1-2년 내에 있을 종말에 가까운 사건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자신을 내어놓는 일종의 성녀같은 이미지로 어둠에 섞여 집 문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만약, 그녀 앞에 그녀가 원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녀가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몰려들어왔다. 그녀에겐 분명히, 최소한의 객관성이라는 잣대가 교육을 통해서나 삶을 통해서 형성되어 있었지만, 왜, 이 도장에 거하는 것일까, 왜 아무런 신비현상조차 경험하지 못한채로, 그저 도를 닦고 있었던 것일까? 5.2 이 칼에 대해 아세요? #Vector 마케팅 코리아라고 하는 회사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 지금의 RoMan은 잘 알지 못한다. 그 당시에 RoMan은 단지 Presentation 30번만하면, 바로 월급여를 주겠다고 하는 그 회사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았었다. 도를 닦고 있던 기간의 딱중간이었다. Presentation이란 다름아닌 주방용 칼의 세계 제 2인자라 자부하는 Cutco라는 브랜드의 칼을 소비자들에게 약 1시간여에 걸쳐서 설명하는 것이다. 이 세일즈는 텔레마케팅과 방문 판매를 연결한 것이었다. 그 브랜드의 칼은, 이른바, 60회 이상의 재련, 제강을 거쳐 만들어진, 자칭 보검 수준의 칼이었고,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종래의 주방용 칼로 20-30번 썰어서 끊어지는 동앗줄을 그 칼로는 단 1회에 잘라버리는 것이라든가, 가죽을 손에 들고, 작은 나이프로 종이를 자르듯이 가볍게 잘라내는 것을 보여주던가, 그 브랜드의 가위로 10원짜리의 테두리를 오려내는 것 등이었다. 그래서, 완벽한 Full Set 총 16가지의 칼을 설명하고나면, 1시간여는 훌쩍 지나가는 Presentation이 바로, RoMan이 해야하는 일이었다. 물론, 하루에 한번씩만 Presentation을 하고, 그 다음에, 30회의 Presetation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만 가져가면, 그에 상응하는 급여가 나온다는 것이 애초에 설명된 내용이었지만, 그들은 영악하였다. 만약, Presentation 중에 100만원 이상을 팔면 인센티브로서 판매액의 10%를 주고, 500만원 이상을 팔면, 판매액의 15%. 그리고, 1,000만원 이상을 팔게되면, 20% 이상을 주는 동시에 월급까지 받을 수 있는 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얼핏 도장의 구도와 비슷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다. 한달 정도에 데려오는 사람에 따라서, 도인들은 자신의 직급을 높혀가며, 일반 도인들과는 상관없는 모종의 수당이나, 모종의 대우 또는 종말에 가까운 시기에 있어서, 무형의 어떤 지위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던가...... 이 묘한 일치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면서, 점점 더 도장의 교화의 가르침이나 포덕이라는 도교의 전도행위가 도대체 세일즈와 다른 것은 무엇이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고 체감되기 시작하였다. 다만, RoMan이 그 일을 열심히 했던 이유는, 미정에게 최고급의 커피를 사주고, 그리고 부모님께 나름대로 수완이 있는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3집 정도씩만 들리면, 10일이면 충분히 목표치의 Presentation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상,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만에 100만원어치를 팔았던 사람들 중에 80%는 역시, 친척들을 부추켜서, 강매를 한 상황이었으니. 사실상 심리학자들이 짠 구도로 말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칼을 판다는 말자체는 나오지 않지만, 새파란 젊은이가 가정용 제품을 판다고 주부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으니, 받는 입장에서는 또한 얼마나 이상한가......(물론, 이 자체도 파악이 되어 있어, 무조건, 주부에게는 '어머니'라는 명칭을 쓰도록 교육받긴 했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찾아가서, Cutco라는 칼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도중에 RoMan은 때때로 자기자신에 대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RoMan은 도(道)를 닦으며, 도(刀)를 팔고 있었던 것이다. 그다지 좋지 않은 실적의 RoMan을 약간 혀꼬인 발음으로 질책하는 지점장에게 RoMan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도'는 잘 못팔아도, 지금 '도'를 닦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것만큼은 지점장님에게도 닦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황스러움에 움추러드는 그를 보며 마찬가지의 웃음을 웃었다. 그다지 교화에 집중하지 않는 RoMan을 개구리 왕눈이 눈을 하고 노려보는 선인에게 RoMan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도'는 잘 못닦아도, 지금 '도'를 팔고 있거든요. 그것만큼은 선인님에게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려버리면서 고개를 흔드는 그를 보며 마찬가지의 웃음을 웃었다.RoMan은 종교 조직과 세일즈 조직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물건을 팔아제끼는 것과 종교가 말하는 교리나 신을 믿고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종교를 전도하는 것. 그것이 갖고 있는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여러번 해보았다. 칼은 칼대로 팔리고 있었지만, 도는 누구에게도 권할 수 없었다. 칼을 설명하는 지식은 1주일만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도'에 대한 허무맹랑한 소리는 내부로 스며들어 체화되지를 않았다. 그리고, RoMan은 이 사회 속에서 뭔가를 파는 과정 속에서 자기자신만의 도(道)를 닦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결국 자신 앞에 있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비극은 절대로 오기로 예정되어 있는 이상 피해가지를 않았던 것이다. 5.3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집단이 다른 점 #RoMan이 도장보다 칼파는 곳이 좋았던 이유는 꼭, 그것이 자기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맞는가 아닌가의 측면에 있지만은 않았다. 도장에서 교세 확장으로 건축물을 짓을 때에도 이들은 일반적인 경제의 개념을 벗어난 신자들의 철저한 봉사를 요구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의 유명한 곳들에도 커다란 도장을 세워두었는데, 포천에 있는 도장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 들은 이야기는 귀와 눈을 다시 한번 더 의심하게끔 이끌었다. 민속촌이나 경복궁, 비원 등지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궁이 옛날 조선시대에나 만들었음직한 모양으로 높이 솟아 있는데, 이를 만드는데에 들어간 인력은 오로지 일군으로서 직접 돌을 나르고, 무거운 나무를 나르는 사람들뿐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서 그 누가 그 어려운 사역에 돈 한푼 받지 않고 뛰어든다는 말인가? 더더군다나 그 도장들을 짓는 것에는 철저한 전경에 의한 해석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었다. 그 위치나 그 지어가는 순서 자체를 모두 전경에 있는 해석을 토대로 따와서, 일단, 작업 기간이 잡히면, 예산이고 뭐고 없이 각각의 군소 도장들에서 자진해서 일을 하겠다고 하는 일군들을 불러들여 모종의 종교의식을 베푼 뒤에(이제는 그런 의식들이 무엇일지, 여러분들은 아마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업에 드는 비용을 그 기간 내에 모금하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기간내에 돈이 모자르거나 일군이 모자라서 일을 연장해서 했던 적은 없었다라는 '암시'를 거는 것과도 비슷한 말을 개구리 선인은 하고 있었다. 그 의식을 통과한 일군들은 또한 보통사람의 10배가 되는 일을 하여도, 절대로 지치지 않고, 하루 종일 거의 쉼없이 일을 한다라고 하는데, 그 말 속에는 단지, 사실을 얘기하는 것뿐만이 아닌 일종의 암시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포천의 도장에는 금이 유선형으로 건물의 윗둘레를 돌아가며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선인은 불교 사원마저도 저것을 칠해서는 안되는데, 우리 도교는 칠하며, 그것은 불교보다도 한단계 높은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불교 사원이 저러한 금칠을 하면, 신으로부터 벼락을 맞는다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말들은 모두 암시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신비아닌 신비 속으로 조금씩 RoMan을 밀어넣는 말들이었던 것이다. 다만, 칼을 열심히 파는 와중에, 비즈니스에서도 직원과 고객들에게 일종의 암시를 항상 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암시의 비밀을 벗겨가고 있었기에, RoMan은 다행히도, 그 신비 현상의 언저리에서 약간은 거리를 두고 선인과 도인들과 미정과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강증산이라는 위대한 한국 도교 본류의 인물의 밀도높은 사유가 그들을 통합하고 있지만, 그 통합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책들은 다름아닌 인간에 대한 기만이었다. 그리고, 설사 '도'라는 것이 신비와 더불어 실체로서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기만을 통해서 이끌려 들어갈 이유는 없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득도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깨닫고자 하는 것, 다시 보자면, 구원을 받고자 신을 믿고 영생을 구하는 그 모든 것들이 바로 비즈니스나 사회에서의 일련의 성공을 희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이른바 인간의 '욕심'에 불과하다는 사유가 머리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RoMan에게 남은 것은 미정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비극으로 다가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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