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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2일
6 3단계의 비극도 #6.1 1단계 좁은문 #도를 도장에서 구하는 것 자체를 포기한 뒤에, 그냥, '정'과 미정 때문에, 그리고 건강에 좋다기에 계속 수도를 하는 마음으로 아주 가벼운 기분과 부담없는 느낌으로 압구정의 곰탕집 2층에 들어가던 어느날이었다. 암시가 풀리지 않았던 탓인지, 컴컴한 방 속에서 10여명의 도인들과 두눈을 감고 30분정도 주문을 외우던 중에 누군가 등 뒤에서 RoMan의 등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손을 동그랗게 모으고 집중해서 도를 닦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부정을 타게 되고 복을 받지 못한다는 선인의 말들에 적어도, RoMan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 자세를 펴지 않고, 열심히 수도만 하고 있었던 것이 2달반여가 지났는데, 누군가 등을 두드린다면, 그것은 미정이었을까? 그렇다면, 왜 한참이나 먼 자리에서 일어나서 등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일까? 그러나, 일단은 자세를 풀지 않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 두드림은 뒤를 돌아보라는 의미의 두드림이 아니었다고 느꼈다. 그 두드림은 약 1분간 반복되더니, 갑작스럽게 등 속으로 쑥하고 스며들듯이 들어왔다.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라게 되었다. 감은 눈을 떠볼 수가 없을 정도로 그 현상 자체에 압도당할 정도였다. 손가락 하나가 등의 살갗과 뼈를 뚫고 몸 속으로 들어와 등뒤로부터 몸통을 지나 왼팔 안쪽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휘휘 돌듯이 팔 안쪽에서 그 느낌이 반복되어 일어나더니 마치 화장실 양변기에 휴지를 넣고 물을 내렸을 때, 휴지가 빨려들어가듯이 몸속으로 들어온 그것은 소용돌이를 그리듯이 왼팔뚝 안에서 휘휘 돌더니 손끝으로 빠져 나가면서 사라져 버렸다. 가슴이 뛰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팔뚝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뻔히 눈을 뜨고, 방안에 켜있는 촛불에 비추어 쳐다보았을 때, 주위에서 RoMan에게 붙어있는 사물이나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무언가 몸밖에서 두드리더니, 몸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왔고, 팔뚝 안에서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손끝으로 새어나가 버린 것이었다. 이른바, 그것 또한 암시에 의한 최면현상이었을까? 아니, 그것은 최면 현상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였다. '기'라는 것일 수도 있었고, '혼'일 수도 있었고, '귀신'일 수도 있었다. 아니, 지금은 모르겠다. 지금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도통 알아차리지 못한채로 지나가고 싶을 뿐이다. 왜냐면, 그 날, 비극의 서곡이 그 첫 웅장한 심포니를 지휘도 없이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 그 얘기를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모두 경탄한 듯이 쳐다보았고, 개구리 선인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더 대단한 사례들을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미정은 두 눈을 반짝이며, RoMan의 눈을 쳐다보았다. 밖에 나가 예의 어깨동무를 하고 거리를 걸으려 하는때 미정이 말했다. "선인님이 도를 닦는데있어서, 이런 행동은 바른 행동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아니......드디어 식어버린 것일까?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진지하게 선인의 말을 들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음, 알았어요." 물론, 그 선인은 자기가 그랬다면, '도를 닦는데 서로간의 사랑과 애정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교화를 했을 것이다. 마음 속으로부터 비아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선인님은 재미있는 분이예요. 언젠가는 노자 도덕경을 읽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도장에서 도를 3개월만 닦으며 전경을 읽으면, 노자 도덕경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RoMan은 미정이 그 비아냥에 동의해주기를 바랬다."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그분이 한 말은 맞는 말씀이니까요." 어느샌가 그녀는 지식과 신앙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의 잣대마저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우리는 강증산이란 분을 향해 수도를 하고, 마치 예수처럼 진리를 안 사람이라고 믿도록 유도당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선인들은 이것이 진리를 안 사람을 따르는 것일 뿐이지, 그것은 신을 섬기는 종교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게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면 무엇인가요?" 순간, 말이 막혔다. 정작, 믿음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 믿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그 "진리를 안 사람은 바로 진리 자체와 하나가 된 것이라는 교화에서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군요. 우리는 진리를 안 사람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곧 진리를 섬기는 것이지, 그 사람을 신처럼 섬기는 것이 아니잖아요." "뭐가 다른 것인가요? 절대적으로 틀릴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이미 찾은 사람이 있다라고 말하는 그 자체를 믿어버리는 데에는 더 많은 지식과 인생에 대한 탐색과 지혜와 정보, 그리고 실제로 그 사람과 만나보는 기회라는 것이 필요해요. 어떻게 그러한 충분한 노력없이 도장에서 도닦는 것만으로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또는 진리를 알았던 사람이 있었다라고 믿어버릴 수가 있나요? 그건 확인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곧, 신앙 그리고 종교를 섬기는 것과 다른 것이 없는 일이예요" "RoMan 후각, 난 후각의 말을 존중하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RoMan 후각은 선각인 나에게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많이 "믿음의 이유"를 알려주고 보여준 사람이예요. 난, RoMan 후각의 행동들을 통해서, 그 옆에서 지켜보던 중에 더욱, 나의 믿음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이젠 그것은 확고하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거죠?" '그건, 다 오해야! 그건, 다 헛소리야! 그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야! 그 공간은 부재하는 공간이야! 바닥도 없고, 천정도 없어!' 비극으로 가는 첫문이 열리고 등 뒤로 닫혀버렸다. 그리고 그 문을 이제는 다시는 열 수 없었다.6.2 2단계 사망유희 #그리고 몇일이 지난 뒤, 미정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도장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송두리째 RoMan에게 빠져들 듯이 굴지 않았었던가...... 그리고, 그는 도장에 들어와 선인과 약간의 언쟁을 하더니, 잠시후에 RoMan에게 조용히 점심을 같이 먹자고 청한 후에 곰탕집으로 같이 내려가기를 종용하였다. 미정은 그대로 도장에 남아 있었다. 6.2.1 1 층 관문 #그 사람은 사망유희에서 보았던 이소룡의 이미지를 RoMan에게 떠올려주었다. 약간 헬슥한 볼에 몸에 군살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그리고 눈은 잘 알 수 없는 적의와 모종의 체념 비스무레한 것을 품고 있었다."이제, RoMan씨가 몇살인가요?" 그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22살입니다." 순간, 이소룡이 들고 있던 쌍절곤이 날아와서 뒤통수와 복부를 가격하는 느낌에 빠졌다."아주 좋은 나이군요. 이런 곳에 올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글세요. 나이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와 동일한 이유로 온 것이 아닙니다." "......미정이 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어요. 참으로, 걔한테 잘 해주셨더군요. 그리고, 많은 증거들을 보여주었다고 하던데요." "그건, 증거라기 보다는......" 그리고, 그는 자기가 반평생 동안 쿵푸와 각종 무술을 배워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마치, 연속극에서 자주 만나는 대사와도 같이, 자기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예정이라는 이야기마저 흘렸다. RoMan은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온몸에 피멍이 드는 듯한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RoMan은 오로지 젊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무공이 없었다. 그리고 상대는 절권도의 달인 이소룡이었다."나는 30년간 불교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암자에서 수행하고 불도를 닦으면서, 머리 속이 새하예지고, 이른바 궁극의 무언가를 체험했다고 하는 상태에 빠져든 경험이 여러번 있습니다." 6.2.2 2층 관문 #대학교 때 미팅으로 처음 만났고, 연애를 했으며, 오랬동안 불타는 열정으로 서로를 사랑했으나, 어느 순간엔가. 미정이 "도교"에 빠져들었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홀어머니가 돈을 모아 프랑스 유학을 가는 길을 준비했었으나, 갑자기 이 도장에 들어가, 유학도 포기하고, 오로지 "도"를 닦고자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그는 그 질문에 고통에 휩싸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얼이 빠진 바보처럼, 순식간에 모든 공격을 포기하고, 쌍절권마저 바닥에 팽게쳤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사실, 미정이는 화를 내면 그 누구도 당해낼 수가 없는 여자랍니다. 화난 모습을 아마 한번도 못봤을 거예요. 사천왕처럼 표정이 일그러지고, 사납게 표효하는 고양이과의 덩치큰 야수처럼 변하지요......" 가드를 내린 그에게 발차기를 날리듯 이야기했다."저에겐 한번도 그렇게 화를 내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뜻 상상조차 되지 않네요." 그는 씨익 웃었다. 6.2.3 3층 관문 사망의 문 #"미정이가 다쳤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요?" 그렇다. RoMan에겐 전혀 알 수 없는 둘만의 스토리가 있다. 사납게 표효하는 듯한 이소룡이 떠오른다."왜 다쳤는지도 이야기했나요?" 그 눈의 응시가 음침하였다. 아니, 그 눈에는 죽음의 살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계단에서 넘어져서 굴렀다고 했어요." 그의 눈 깊은 곳에서 어두운 기운이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번진다."...그리고 유산을 했다는 이야기도 하던가요......?" 뽀죡하게 가슴에 들어와 박힌 그의 손가락 끝을 느낀다. 그는 표효하며 RoMan의 온몸을 찢는다."아니요......아니요 전혀." 그 다음의 대사를 안다. "그 아이는 우리의 아이였어요. 그리고, 그 일 때문에 걔는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순간, RoMan은 공중을 날아서 땅바닥에 내려꽃혀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미, 바닥에 뻗어 난자하게 피흘리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RoMan이었다. 이건 영화나 드라마였지, 상상할 수 있었던 현실이 더이상 아니었다.'그녀는 세상을 더이상 바라볼 수 없습니다. 이미 세상을 볼 수 없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말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그 말은 사납게 표효하며 적을 격퇴한 이소룡에게 당신에게 나갈 문은 없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들릴 것만 같았다. "나는 여러번 도장에 같이 들어가서, 그곳의 선인들과 대판 싸우고, 때로는 같이 도를 닦기도 하고, 여러모로, 이해하려고도 했었고, 강제로 데려가려고도 했었죠. 하지만, 걔가 그 곳에서 수도를 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만큼은 어떻게 변화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뭔지 아나요?" RoMan은 상대의 3갑자 이상되는 무공에 완전히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좁은문마저 없었다면, 그리고, 온전하게 사랑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이순간 RoMan은 어떻게 이소룡과 상대할 수 있었을까? 아니 완전히 가루가 될 정도로 깨져버렸을 것이었다. 영화의 엔딩 자막이 내려가고, RoMan에게는 더이상의 화면이 비추어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 앞의 이소룡 역시 영화 밖에서는 죽어버린 남자인지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결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었다.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붙잡고 집으로 향해 걸어가다 돌아보니 그의 중형 세단차가 미정을 태우고 곰탕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RoMan은 미정이 유혹한 남자였다기 보다는 그의 유희에 초대된 무림의 만만한 상대였던 것은 혹, 아니었을까......".......제 3의 눈이 열려서 자신의 전생을 영화처럼 보는 것.....이군요." "그렇게 해서 자신이 현생에서 고통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찌되었든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난 기다릴겁니다. 걔가 저러다 쓰러질 때까지, 완전히 나자빠질 때까지. 그때...... 뒤에서 받아주려구요. 이제 사업을 물려받으면, 오직, 걔를 위해서만 만반의 준비를 할겁니다." 6.3 3단계 천국보다 낯선 #1주일이 지난 뒤에 도장에 다시 들려보았다. 그리고, 도장과 그녀와 사람들이 그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있음을 느꼈다. RoMan은 그제서야, 미정이 불안한 기색을 잔뜩 품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란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세상과 절연되고 그 상태에 빠진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던 것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연민이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천원짜리 몇장을 꺼내어, 그녀에게 빵과 우유와 먹을 것을 사주었다. 그리고, 그것들에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며 웃는 모습을 보았다. 마음이 몹시 아파왔다. 그리고, 좁은 문틈 사이로 그녀를 힐끔힐끔 보듯이 곁눈질로 바라보며, 오로지, 동정과 연민으로 범벅된 것일뿐인, 자신을 다시금 연민할 수 밖에 없었다."요즘, 행복한가요?" '그렇지만, 가야돼요. 그리고, 만약, 혹시라도 종말이 오고 의통을 하게 되었다면, 나를 찾아줘요.' 그것이 조롱조의 말이 될까봐 할 수가 없었다."네. 근데 그걸 왜 묻지요?" "나는 이제, 가야겠어요." "더 도를 닦아야지요." "이제, 입대해야 되요." "선인님이 이제 곧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군대 가지 말라고 했었잖아요." "그럼, 이만 갈께요." 빵봉지를 들고, 우유를 마시고 있는 그녀를 뒤에 남겨두고 조용히 거리를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그 불안한 표정이 RoMan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왜, 첫번째 남자에게 컵라면을 사주고 보냈듯이, 그녀에게도 그 때 빵과 우유를 사주고 그냥 보내버리지 않았던 것일까? 후회가 몰려들어왔다. 9회말 홈런을 맞게 해준 것이었지 치게 해준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소망은 그냥 소망대로 흘려버렸어야 했던 것을.....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의식의 질주 속에서 천천히 눈에 잔뜩 쌓여있는 압구정의 골목길을 다시 쳐다보았다. "네, 가세요." '나는 지금 이 길에 왜 서있는 것일까?' 거리는 조용하고, 깨끗한 하얀색으로 메워져 있었고,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것은 천국이 아니면서, 이미지 속에 그리던 천국처럼 생전 처음보는 그런 낯선 곳이되어 RoMan에게 아무런 방향감각을 선사하지 않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보지도 못했던 천국이 몹시도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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