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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03일
5 가을 초입 #
5.1 자기 합리화 # 또 한번의 여름이 열병처럼 지나간다. 다시 부드러운 강바람이 머리를 스치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짐 모리슨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통의 극한까지 나를 몰고갈 수는 없었다. 나는 짐 모리슨에게 내 감정을 이입했던 것이 아니라, 다름아닌 발 킬머라는 배우에게 내 감정을 이입했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교묘하게 이모저모로 머리를 돌려보다보니, 어느새 고통이라는 것은 사라져 있었다. 완전한 진공상태의 드럼통이었다면,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해도 찌그러져 버렸을 것이다. "난 지금 프랑스야, 언젠가 다시 볼수 있겠지." 결정적인 계기는 그 한 통의 짧은 메일이 날아들었던데 있었다. 그녀와 내게 마지막 끈이 남아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새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적어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숨을 오래 참는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친구들이 숨을 내쉰 다음에도 한참을 참다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다음 숨을 몰아내쉰 적이 있었다. 마치 그 한 통의 편지는 그 때의 한모금의 공기마냥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왜 그녀는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세계로 그녀를 유혹했던 것일까? 내가 걸어들어갔던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문을 열어주었던 것은 Doors였다. 처음부터, 우리는 다른 일상의 세계를 향해, 하나의 문을 열고 다리를 들이밀게 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색다른 경험이던, 정체모를, 예술이나 완벽한 성공을 향한 하나의 과정이든, 나는 처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녀를 만나 70년대와 현재와 영화 몇편을 오갔던 기억을 후회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남모르게, 타인을 자기 편의대로의 이해의 틀에 고정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이해의 폭을 넓게 가진 인간이라하더라도, 자기편의적인 16인치, 24인치의 폭의 기준으로 한정되는 인간을 바라보는 틀을 완벽하게 깨어버리는 인간은 없다. 내가 보낸 금년 여름의 그 한순간은 진정한 의미를 가진 여름이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폭력성은 내가 그녀에게 가하는 형식적인 틀에 대응하는 그녀 나름의 또다른 폭력의 모습일 수도 있었다. 여름안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왕성한 생명과 죽음의 스토리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달콤한 한 여름밤의 꿈만으로 항상 여름이 지나가면 무엇이 우리의 내부에 남아 있을까? 행복한 기억과의 조우를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순간에 버틸 수 있는 힘으로 간직하려고 한다고? 아니었다. 우리에게 오히려 힘이 되는 것은 겨우 죽지 않을만큼의 고통과 잠시 대면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그 순간을 넘기는데 있다. 그녀 역시, 내가 받은 고통의 한부분같은 스토리를 지니고 있었으리라 생각해보고 있다. 그녀는 배우들의 틈바구니에서,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으로 자신을 유혹했던 한 남자를, 아니면 닮은 누군가를 바라보았으리라, 그것은 치밀하게 달콤한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내가 느끼고 내가 내 마음대로 형식적인 틀로 생각했던 것과도 같은 그녀와 나의 행복의 스토리. 나는 치유라는 의미를 사랑에 갑작스럽게 부여하였다. 그리고 그것에 동의한 것 같았던 그녀의 방법은 내가 생각하는 방법과는 온전하게 다른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이해의 틀을 닫아버림과 동시에 온전한 그녀의 모습은 내가 설정한 공업규격의 브라운관의 폭 바깥으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던 것이다. 브라운관 사각의 폭에 갇힐 수 없고, 그 폭 안에 온전하게 들어가 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 그녀가 나를 떠나게끔 만들었던 이야기의 전모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겨우, 그제서야, 간신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강한 펀치를 서로 한번씩 주고 받았다 그리고 아직 그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5.2 This Masquerade # 가을에 이르려고 안간힘을 쓰며 여름이 차츰 자신의 뜨거움을 억지로 눌러 가라앉힐 무렵, 마치 행운의 네잎크로바를 발견하게 된 소년처럼, 나는 2개월 동안 매주 한번씩 돌아다녔던 혜화동의 깊은 골목의 막다른 장소 중에 하나에서 70년대의 식당이 다시 그 잠깐의 개업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인에게 말을 걸어 2층의 마리화나와 대마초를 피우는 장소로 갈 수 있었다. 이때 흘렀던 곡은, 듀엣인 카펜터스의 ThisMasquerade 였다. If you're lost in a masqurade...( 만약 가면놀이 속에서 길을 잃게 되면 어쩔래?)라는 마지막 남자가수의 가성의 음색이 귓가를 매우는 시점에, 거식증에 걸려 죽었다는 여자가수의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LightMyFire 보다 몇배나 강한 비애가 담긴 곡처럼 느껴져왔다. 그여가수는 도대체 이 노래의 어느구절처럼 죽게되었던 것일까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았다. How we really happy here with this lonely game we play...?(우리가 어떻게 이 지독하게 외로운 놀이 속에서 정말로 어떻게 기뻐질 수 있겠어?) 그런식으로 노래는 나를 지난 기억의 구렁텅이로 다시 안내하고 있었다. 찌그러진 드럼통 위로 고통스러운 물방울이 텅텅 울리며 떨어져내리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노래 가사를 점점 거슬러가면서, 서로 소통할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서로가 이해할 길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가면놀이라는 이 인생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까워할 무렵, 우연치고는 농담처럼, 휴고 우먼 향수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로 흘렀고 필립 모리스 껍질에 쌓여 있는 특별한 모양의 마리화나 꽁초가 내 눈앞에 띄였다. 싸구려 소설의 결말에라도 이른 듯이 너무도 어이가 없었지만, 밑바닥으로부터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치밀어 올라왔다. 갑작스럽게 절망보다는 나은 방식인 분노가 나를 감쌌던 것이다, 마치 그 한달 전쯤에 보았던 영화터미네이터에서의 아놀드처럼 식당 주인에게 달려가 다짜고짜 멱살을 쥐어잡고 물었다. "이 뭉게진 꽁초의 임자가 누구였는지 말해!" 눈을 부릅뜨고 있는 힘을 다해서 외치는 소리에 조폭 두목같이 생긴 주인이 완전히 압도당했던 것은 지금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껏 이렇게 소심하게 생긴 남자가 그런식으로 달려드는 것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여자는 어쩌다 토요일에나 가게에 와요. 누군진...... 알게 뭐람. 여긴 모두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곳이요. 어느 서에서 나오셨소? 당신은?" "한번 영업을 시작하면 일주일밖에는 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달부터 영업 방침이 바뀌었소" (Roman이 쓰고, 헌터D씨와, 까르페디엠씨의 +수정, Non-fiction.) [헌터D씨의 개인 위키 http://ost25.cafe24.com/ 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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