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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04일
5.3 재회 #
그녀가 천천히 2층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것은 그 주의 토요일이었다. "엇" "엇" 이 외마디가 다시 만난 남녀의 첫마디였다는 것은 영화와 일상이 다르다는 결정적인 증거 중에 하나였다. 그녀의 몸에 걸쳐진 브랜드제품들일 것이 분명한 그 모든 것들, 그리고, 1.5배는 더 살이 늘어난 듯이 불어 있는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런 불길함이 없었던, 그 반짝이는 눈동자... 나의 생각들이 현재에서 조금 과거로, 70년대에서 2000년대로 점프하고, 영화들 속의 공간을 유영했으며, 매트릭스에서 날으는 키아누의 모습처럼 자유로이 시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지냈어......?" "잘......" 머리 속이 예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하얗게 비는 것을 느꼈다. "알고 있어? 네 표정이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거?" "글세, 거울같은걸 보지 않은지가 오래되었어" "딱히 설명할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 예전에 있었던 부드러움이 많이 사라져버린거 같아." 그제서야, 내 인상이 2달전과는 달리 아주 매서운 것으로 변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털이 삐져나오고, 눈이 치켜올라가고, 머리카락은 마치 '잠복근무중인 경찰'처럼 지저분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내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처럼 쇠를 마찰시키는 것처럼 듣기 거북한 소리로 변해있었다. "왜, 그때 나 몰래 섬을 빠져나갔던거지?" "부담스러워서" '아니야, 네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야' "두려워했던거지? 내가 사실대로의 너의 모습을 알면, 겁을 내고 도망가리라고 생각한거지?" "......어떤 모습을 생각하는거지?......" "넌 학생도 아니었고, 수입 판매점의 반품 담당 직원도 아니었어" "그래...그래서 언젠가는 화내고 도망갈줄 알았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럴 것 같아서, 반대로 네가 도망간거야?" "찬 물 속에서 널 끌어 안으며 느꼈어, 난 절대로 '치유'따위 사랑과 같은걸로 생각할 수 없다는 거" 그녀가 '치유'라는 것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진작에 물어보아야했을 것이었지만 끝내 난 물어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치유'를 분명히 이전의 그녀와는 다른 자신으로 새롭게 변화시켜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내가 상처를 지우면서 온전한 자기자신을 다시 찾는 것으로 치유를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난, '치유'라는 말에 대해서 네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아" "아니, 넌 정말로 잘 알고 있었어, 아니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너무 당당했어" 살짝 재털이를 앞쪽으로 끌어당긴 그녀는 짧은 필립 모리스 담배, 마리화나를 집어 들었다. "내가 말한 치유는 이거야, 너와 나의 스트레스를 꽝하고 날려주는거." 마리화나를 뺐어들고는 바닥에 내팽게쳤다. "뭐하는 거야?" "내 앞에서 절대로 다시는 이걸 피지 말아줘" "왜 네 맘대로 구는거야?" "이건, 나쁜거니까. 나도 하기 싫고, 너도 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어" "야! 그냥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게 놔둬, 난 간섭받고 싶지 않단말야!" "난 이제야, 네가 나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어" "뭘, 네가 뭘 안다는거야?" 그리고 바야흐로, 멈춤없이 난 내 말을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넌, 내가 너를 멈춰주기를 간절히 바랬던거지? 그래, 간섭받지 않고싶은 것처럼 굴고, 계속 네 모양 그대로의 그 꼴로 살아가는양 굴면, 내가 화를 내고, 그걸 말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던거지? 하지만, 우유부단하게 쳐다보기만 하는 내가 싫어졌던거지? 이 어린애야. 이 나이만 들은 철딱서니 없는 여자야. 넌 내가 너의 모든걸 이해하는 것처럼 굴면 굴수록, 같이 어린애가 되어가고, 내가 같은 행동을 하면할수록, 실망하고, 같이 잘못되기라고 할 것 같아 두려워졌던거지? 네가 말하고 행동한 것들은 다 반대의 의미였어"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완전히 입을 다문채로 내말을 계속 듣고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그제서야, 짐 모리슨을 연기하는 발 킬머를 같이 욕하고, 마리화나를 집어주고 피우라 했을 때 화를 내고 그녀에게 화내는 사람을 원했을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너를 닮을 수 있는 남자이기보다, 너를 변화시켜줄, 너를 치유해줄 그런 남자이길 원했던 거지?" "아니야,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하지마, 내게도 다른 생각이 있어"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잠시후에야, 우리 둘 간에 있었던 마지막 벽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겪었다. 그건 생각이 아니었다. 그건, 말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5.4 일상 복귀 # 이제 70년대의 식당은 아무리 찾아도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질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차를 처분하고, 그 돈을 학업을 정상적으로 시작하는데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꿈은 모델이었지만, 그녀가 다녔던 학과는 모델이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과였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이른바 일탈에 가까운 반항을 부모에게 저질렀던 것이었지만, 그녀는 이제야 조금은 정식으로 인생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리화나는 다름아닌, 그런 일탈을 저지른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서 건드린 것이었다. 70년대는 부모가 항상 생활의 표본으로 삼기를 원한 기준이였고, 그녀가 견디기에는 그런 표본적인 생활은 실제의 자신과 너무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70년대의 식당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것은 정말로 사회를 거부하는 수단이었다.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온 가정이라는 사회를 거부하는 방법. 애초에 수입품을 반품하는 동안, 맘대로 입게 해주는 상점같은 것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녀가 사는 문정동은 사실 '로데오 거리'라 불리우는 브랜드 대리점 밀집 지역이 있는 곳이었는데, 그녀가 했던 아르바이트가 50-70%의 브랜드 제품 할인점에서 옷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멀쩡한 제품들을 하나둘씩 챙겼던 것은 또한 마리화나와 맞물리는 일탈이었다. 그리고, 나를 만난 것은, 또 한가지의 일탈의 단계였다. 그리고, 일탈에 일탈을 거듭하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겁을 잔뜩 먹은 것이, 결국 남이섬에서 나를 두고 별안간 새벽에 서울로 올라온 중요한 이유였다. "메일은?" "너를 잊을 수 없었다는 걸 꼭 내 입으로 이야기해야 되는 거야? 이 둔한 남자야" 그리고, 내가 이 생각 저 생각에 골몰하다가 영판 다른 이야기하는 것이 그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5.5 떠오르는 의문 # 그 후로, 난 다시 이른바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드럼통은 다시 가득 채워져 땅위를 구르고 있었다. 이제는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쯤은 밝아진 것 같다. 이전의 소심함을 다시 밟아 올라가지 않고, 지나치게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요즘의 나는 영화보다 실은 영화 음악이 더 좋다, 어두운 곳에서 꿈꾸듯이 영화를 보는 것보다 현실감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이제 그런 나를 가만히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이제 그녀를 이끌고 있는 것이 나라는 사실에 더더욱 흐뭇해지고 있다. 난 더이상, 너무 소심한 남자도, 너무 이해심이 넓은 남자도 아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깊이 듣고 사실대로 이해하려 하는 남자가 되어 있다. 그녀를 가슴 깊이 사랑하는 남자가 되어 있다. 그렇게 그해 여름은 지나갔다. 열정적인 관계를 회복할 길은 아직 나누지 않았던 언어들의 건너편에 있었다. '치유'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의 불일치를 넘어서, 우리는 갖고 있는 언어, 어휘의 일치점들을 충분히 깨닫기 전에는 쉽게 얘기를 나누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교묘한 불일치가 없었다면, 우리 사이의 열정은 어쩌면 불타오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 비디오 방에서 그녀가 나에게 달려들었던 것은, 내가 그녀의 일탈을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 또는 '가설' 하에서 그녀의 내면에 있던, 의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었지만, 실제로, 내가 열어야했던 것은 그녀가 일탈을 통해서라도 붙잡고 싶어하는 그 무엇이었다. 단순히 모델이 되는 것일까? 그녀 자신의 꿈의 실현 그런 것일까? 그녀가 말했던 그대로 곧이, 그녀는 모델계의 '테레사'가 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일탈이 끝난 뒤에 내가 그녀에게 해주어야할 일은 무엇일까? 그녀는 등록금을 내고, 모델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과에 다니고 있다. 내 언어대로라면, 그녀는 부모가 준 상처로부터 전혀 '치유'받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자신의 일탈 속으로부터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귀환하는 '치유'를 경험했다. "모델이 되기로 한 꿈은 일단, 접어놓기로 한거야?" "학교를 졸업하거나, 다니는 짬에 차밍스쿨이라도 다닐 생각이야" "그럴 돈은 있니?"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해야지" "우린 언제 만나야 되지?" "두주에 한번, 토요일 저녁" "내가 마리화나를 대체하는 중인가?" "그때마다 너를 불태워야 되는거구나" 여름은 그래서 좋은 계절이었다. 그녀와 나는 그때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은 혼돈 속에 거하고 있었다. 차곡차곡 정리된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붇지 않았던 적금을 매워넣기 위해서 편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모델이 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나는 언젠가 아파트를 한채 사기 위해서 열심히 적금을 붇는 착실한 남자로 돌아왔다. 만약, '결혼'이나, '연인'이라는 단어를 서로에게 말하기 시작한다면...? 그녀와 나는 혹시 더운 한낮의 일사광에 쐬여서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의문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생각에 사로잡힘과 동시에 나도모를 고민으로 문득 마리화나를 한대 피우고 싶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도 나의 마리화나가 되는 것인지조차 여전히 알 수 없는 의문으로 남는다. 오랜만에 꺼내든 Prince의 PurpleRain 씨디에서 좀 전에 들렸던, WhenDovesCry가 울리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Fade Out되는가 싶더니만 곧, PurpleRain과도 같은 고뇌가 밀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Sailing을 다시 들을 때쯤, 남이섬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은지야......난, 때때로 누가 이 세상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지 전혀 모르게 될 때가 있어" "누가 좋게 만드는지는 알고 있어?" ...... "정답은 세상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야" 그녀는 이미 정답을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아래처럼 부연한다. '마치 마리화나처럼말이지' - The End-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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