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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29일
눈물과 핏자국으로 범벅이 된 상태로, 줄이 쳐진 노트를 붙잡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엄청난 속도로 글이 씌여지고 있다. 이를테면, 한권을 읽고서 순식간에 읽어내린 속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집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내고 있다는 기분이랄까......그런데, 그 글을 써나가는 속력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쾌감은 증폭되어 머리를 차올라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어떤 내용으로 써야하는가 하는 생각과는 별도로, 빠른 집필에 따른 쾌감이 나로 하여금, 글을 사정없이 써갈기도록 만들고 있다.
읽고 있거나 쓰고 있는 그 글들을 내가 이해할 수 있거나 없거나는 어느순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쓰는 동안에 한켠에서는 그 녀석이 때리기라도 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끔 만들어준 것이 무척 고마워지기까지 하였다. 혹시 원래 작가라는 족속들은 이렇게 맞고나서 열심히 글을 쓰는 족속들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어버린다. 그건 지나친 일반화이고, 여하간, '나'는 이런 종류의 작가였음에 틀림이 없다. 동시에 하나의 단어가 머리 속으로 쳐 들어왔다. 마조히스트 또는 매저키스트, 피가학성 변태 성욕, 맞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런 연관되는 단어의 그물망이 머리 속에서 넘실거린다. 하지만, 나의 본성은 그런 식으로 맞는 것에 익숙하거나 그것을 즐기는 상태와 같은 것은 아니다. 일단,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때때로, 이렇게 ON, OFF 버튼을 눌러주는 것과도 같은 자극이 필요했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분명히 저 인간은 그런 역할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음에 분명하다. 아마도, 정말로 저자식은 약간의 사도히스트, 가학 변태 성욕의 소지가 있는 놈은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1. 절제하지 못했을 것이고, 2. 이미, 이 가학 행위를 뚜렸한 이유도 없이 우리의 동거가 시작되자마자 시작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에 침방울이 입 안 가득히 고여서 노트 위에 몇방울 떨어지는 것을 알게되었다. 침방울 아래로 볼록 렌즈 아래 글자가 스쳐지나는 것과도 같이 확되된 글자 몇개가 이지그러진 모양으로 보인다. 아주 잠깐, 그 글자들이 입체감을 가지면서 두눈을 향해 떠오르는 듯한 착시를 겪는다. '잠깐.......이건 완전히 몽롱한 상태군'. 그리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성욕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일어나봐야 별 쓸데도 없는 성욕이 일어났지만, 어찌되었는 글을 쓰는 그 자체가 그 성욕 자체의 해소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들고, 금새, 그러한 성욕 자체를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다. 완전한 몰입 상태에 도달해서, 극한의 쾌감을 향해 사정없이 돌진하는 앞이 뾰쬭한 화살이나 철갑탄, 성문을 향해서 몇십번이나 두드려대기 위해서 던져지는 공성용 무기라도 된 것처럼, 몰아의 상태에서 오로지 쓰고 있는 그 글의 끝을 향해서만 질주한다......그렇게 의식이 아득히 멀어졌다 돌아온 순간, 글은 완결이 맺어져 있다. " 다 썼군, 언제나와 다름없이 자기부상 열차마냥 잘 달려주었다. " "......" 대략적으로 노트 가득 빽빽히 써서 5권의 분량의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6시간 정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뭘 썼는지도 모르고 글을 썼다는데 있었다. 다시 말해서, 글을 쓰기 전까지 머리 속에서 어떤 구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글을 어떻게 써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사용한 시간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어떤 의미있는 정보로 이루어진 글을 썼다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고, 뚜렸한 메세지도 남겼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 크하핫...... 그 우중충한 느낌의 죄와 벌과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꽤 트렌디한 드라마처럼 느껴졌어, 됐어 이 정도면, 밥벌이는 되겠다. 응? " "......도대체 내가 쓴게 뭔지, 스토리는 무엇이었고, 인물들의 성격은 어떠했고, 스케일은 어떤 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좀 해줄 수 없을까요.....? 저기요......." " 머저리 같은 자식, 여전히 암 것도 기억 못하는 구만. 하긴, 기억을 잃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넌 너 자신과 너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 심지어는 네가 읽어낸 내용 하나 기억못하는 머저리 그대로 살아왔으니까......알 거 없구. 이거나 먹구, 잠이나 자라. 응?" 그가 글을 읽어가는 내내 생각해본 것은,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한 일의 성격이 어떤 것이었나였다. 이런 식의 모사품 만들기가 아니었을까? 머리속의 도서관이 있다고 한번 가정해 보았다. 나는 그곳에서 미술사를 형편없이 헝클어 놓았던 위작들과 논평들, 고시대의 양식을 흉내낸 모조품들을 쉴새없이 만들었던, 일류는 되지 못하고 평생, 일류의 복제품이나 일류인척하는 작품들만 만들어낸 미술작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해본다. 미술사 옆에 문학사를 다룬 책들이 있으리란 생각을 하고, 한번 머리속에서 걸어나가 본다. 아무것도 없다. 넓찍한 책장에 단 세권의 책만이 꽃혀 있다. 그것도 방금 읽었던 죄 와 벌,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한문 제목인 기암성, 현대 국어 사전.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젠장할, 기껏 나는 사기나 치는 모조 작가였다는 거지? 머리 통에는 암 들은 것도 없고, 보는 족족 글을 써서 그럴 듯한 위작과 복사본만 만들어내는.......이런......시X." " 입닥치고 안찌그러질래? " 달려서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커텐을 걷고, 창문을 여는 곳을 향해 두손을 뻗쳤다. 창문을 열고서는 '사람 살려요!!!!, 납치 되어 있습니다. 난, 사기 작가요, 기자들을 불러주고, 나를 가둔 놈을 처벌해줘요!!!!!' 이런 대사를 크게 외치려 기도를 활짝 열고, 입을 벌릴 태세를 갖추려했다. " 글세, 머저리라니까, 너말야, 내가 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랑, 죄와벌을 읽으라고 했을까? 벌써 여기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아직도 여기가 어디 집인 걸루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 커텐 너머에는 철제의 벽이 있었다. 옴푹 파인 부분과 볼록 나온 부분으로 세로 줄이 잔뜩 그려진......이건, 기억하기로, 컨테이너라고 하는 것이다. 이곳은 밀봉된 공간이었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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